🟠 신화속의 신들의 이름

2022. 12. 24. 01:22카테고리 없음

왕관을 쓰고 왕홀을 든 헤라, BC 470년경의 도기 그림

삼지창을 들고 바다의 말을 탄 포세이돈, 3세기경의 로마 시대 모자이크

팔라스 아테나, Franz von Stuck, 1898

병든 디오니소스, Caravaggio, 1593-1594

Iris (이리스) - 무지개의 여신

Nemesis (네메시스) - 다산의 여신

Nike (니케) - 승리의 여신

Hebe (헤베) - 젊음의 여신

Tyche (티케) - 운명의 여신

Hecate (헤카테) - 마술과 주문의 여신



🟠 신화속의 신들의 이름

1. Zeus (제우스) - 하늘의 신, 신들의 제왕, 바람둥이 신

신들의 제왕 제우스는 그리스 신화에서는 ‘Zeus’, 로마 신화에서는 ‘Jupiter’로 칭한다. ‘Zeus’의 어원은 ‘빛나는’이라는 뜻의 인도유럽어 ‘deieu’로 알려져 있다. 제우스는 올림포스 신들 중 유일하게 인도유럽어에 뿌리를 두고 있는 신이다. 그는 기원전 20세기경 그리스 반도로 이주한 인도유럽어족이 신봉하던, ‘빛나는’ 창공의 빛을 상징하는 하늘의 신으로 추정된다.

흔히 불리어지는 ‘Zeuspater(아버지 제우스)’라는 명칭은 고대 인도어 ‘dyauspita’와 라틴어 ‘Diespiter’, 혹은 ‘Iuppiter’ 등과 밀접한 연관성을 보여주며, 그가 신과 인간을 비롯한 만물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또한 제우스는 속죄를 받아들이고 기도를 들어주는 ‘온유한 자’라는 뜻의 메일리키오스(Meilichios), ‘구원자’라는 뜻의 소테르(Soter), ‘자유의 수호자’라는 뜻의 엘레우테리오스(Eleutherios), ‘관습과 국가의 보증인’이라는 뜻의 폴리에우스(Polieus) 등으로 불리어지는 최고 지위의 신이다. 그런가 하면 ‘크로노스의 아들’이라는 의미의 또 다른 별명 크로니온(Kronion), 혹은 크로니데스(Kronides)는 그가 아버지 크로노스의 지배권을 대표한 자손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올림포스 최고의 신 제우스의 로마식 이름 ‘Jupiter’는 태양계 최대의 행성인 목성의 명칭으로도 사용된다.

2. Hera(헤라) - 질투의 화신, 신들의 여왕

제우스의 누이이자 정실부인인 헤라는 그리스 신화에서는 ‘Hera’, 로마 신화에서는 ‘Juno’로 칭한다. ‘Hera’의 어원은 ‘영웅’을 뜻하는 그리스어 ‘Heros’의 여성형으로 ‘여주인’, 혹은 ‘여걸’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어원으로는 여신이 바람둥이 남편 제우스 곁에서 투기나 일삼는 속 좁은 아낙으로 머무를 그릇은 아닌 듯하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는 여신이 “흰 팔의 헤라”, “암소 눈을 가진 여왕 같은 헤라” 등과 같이 묘사된다. 암소는 헤라의 신성한 제물로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암소 눈’이라는 비유는 여신의 맑고 커다란 눈을 시사한다. 헤라가 여왕 같은 위풍당당한 품격과 아름다움을 겸비한 여신으로 묘사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헤라는 제우스를 정점으로 하는 올림포스 신화가 정립되기 이전부터 그리스 반도에서 토착 신으로 숭배되던 대지모신(大地母神)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스의 아르골리스 지방과 보이오티아 지방, 그리고 에우보이아 섬과 사모스 섬을 중심으로 여신의 성지가 오랜 기간 동안 널리 형성되어 왔으며, 특히 아르골리스 지방의 중심 도시 아르고스와 사모스 섬에서는 오래된 대규모의 헤라 신전 헤라이온(Heraion)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헤라는 결코 초라한 신이 아니었다. 그는 제우스의 아내이기에 앞서 신들의 여왕이었다.

3. Poseidon (포세이돈) - 바다의 신

제우스의 형제이자 강력한 경쟁자인 포세이돈은 그리스 신화에서는 ‘Poseidon’, 로마 신화에서는 ‘Neptunus’라 칭한다. ‘Poseidon’의 어원은 ‘주인’, 혹은 ‘남편’을 의미하는 ‘Posis’와 ‘땅’이라는 뜻의 ‘Da’가 합성된 것으로 ‘땅의 주인’, 혹은 ‘땅의 남편’으로 풀이된다. 포세이돈의 또 다른 명칭 포테이단(Poteidan)도 땅의 여신 ‘다(Da)의 남편’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가이에오코스(Gaieochos)라는 별명 또한 ‘땅의 남편’이라는 뜻이다. 『일리아스』에서 포세이돈은 “대지를 뒤흔드는 신”으로 묘사된다. 이 같은 사실은 모두 바다의 신으로 알려진 포세이돈이 원래는 땅과 더 깊은 인연을 맺고 있었음을 말해 주고 있다.

포세이돈은 제우스와 달리 처음부터 그리스 본토에서 숭배된 신으로 알려져 있다. 어원이나 별명에 담긴 뜻으로 보면, 그가 대지의 여신처럼 땅을 지배하던 남신이거나 대지의 여신의 배우자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포세이돈이 생명을 잉태하고 보호하는 땅의 생산적 기능을 담당하는 여신과는 달리 대지를 뒤흔드는 지진이나 화산 폭발 같은 땅의 파괴적인 기능을 담당했거나, 여왕벌에게 봉사하는 수벌처럼 대지의 여신을 곁에서 돕는 남편이나 연인 같은 존재로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제우스의 올림포스 신족 체제가 정립되면서 포세이돈의 위상은 바뀐다. 그는 땅의 지배자가 아니라 바다의 지배자로 자리매김된다. 올림포스 시대에 이르러 포세이돈은 바다의 신으로 거듭난다.

4. Demeter (데메테르) - 토지의 여신, 곡물의 여신

그리스 신화에서는 ‘Demeter’, 로마 신화에서는 ‘Ceres’로 칭하는 데메테르는 땅을 지배하는 여신이다. ‘Demeter’는 ‘땅’을 뜻하는 ‘De’, 혹은 ‘Da’와, ‘어머니’를 뜻하는 ‘Meter’의 합성어로서 문자 그대로 ‘땅의 어머니’라는 뜻이다.

데메테르는 어머니와 같다. 여신은 곡물, 과실, 목초 등 모든 식물을 보호하고 성장시키는 땅의 모성을 상징한다. ‘곡물’을 뜻하는 영어 ‘cereal’은 여신의 로마식 이름인 ‘Ceres’에서 기원한다. 데메테르는 토지의 여신, 곡물의 여신이다.

5. Ares (아레스) - 전쟁의 신

아레스는 그리스 신화에서는 ‘Ares’, 로마 신화에서는 ‘Mars’로 칭한다. ‘Ares’의 어원은 ‘불행’, ‘재앙’을 뜻하는 ‘are’라고 알려지며, ‘저주’를 뜻하는 ‘ara’와도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또한 재앙을 상징하는 붉은 별 화성(火星)에 아레스의 로마식 이름 ‘Mars’가 붙여진다. 아레스는 재앙, 불행, 저주를 잉태하는 전쟁의 신이다.

그는 일반적으로 제우스와 헤라 사이에서 태어난 적자로 알려져 있으나, 헤파이스토스와 마찬가지로 어머니 헤라가 홀로 낳았다는 설도 있다. 아레스는 야만의 땅이며 저주의 땅으로 평판이 나 있는 그리스의 북부 지방 트라키아를 근거지로 삼고 있다.

6. Athena (아테나) - 전쟁의 여신, 지혜의 여신, 공예의 여신, 차가운 처녀신

제우스의 총애하는 딸 아테나는 그리스 신화에서는 ‘Athena’, 혹은 ‘Athene’로, 로마 신화에서는 ‘Minerva‘로 칭한다. 언어학적으로 아테나의 어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신화학자들 간에 여신이 크레타의 궁전의 여신이었다가 후일 영웅 시대에 이르러 미케네의 영웅 수호신으로 변모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을 뿐이다. 별명 팔라스(Pallas)는 자신이 실수로 죽인 어린 시절 친구의 이름을 딴 것이다.

아테나의 태생은 특이하다. 여신은 아버지인 제우스의 머리를 가르고 완전 무장한 성인의 모습으로 태어난다. 제우스가 지혜의 여신 메티스와 관계하여 수태시킨다. 그런데 이치의 여신 테미스가 예언하기를, 메티스가 아들을 낳으면 장차 제우스를 밀어내고 신들의 왕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혼비백산한 제우스는 임신 중인 메티스를 작게 만들어 통째로 집어삼킨다. 그런데 메티스가 임신한 날로부터 열 달이 가까워지자 제우스는 머리가 깨질 듯한 통증을 느낀다. 그래서 그는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에게 도끼로 자신의 머리를 내리쳐줄 것을 요청한다. 헤파이스토스가 도끼로 제우스의 정수리를 가르는 순간 갑옷으로 무장하고 창과 방패를 든 아테나가 위풍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제우스의 자식 중 두 명이 아버지 제우스의 몸에서 태어난다. 술의 신 디오니소스와 지혜의 여신 아테나다. 그런데 두 신이 태어난 신체의 부위가 다르다.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본능의 상징인 생식기에 가까운 넓적다리를 자궁으로 삼은 반면, 지혜의 여신 아테나는 지혜의 보고인 머리를 가르고 태어나고 있다.

7. Apollo (아폴론) - 태양의 신, 이성의 신, 예언의 신, 음악의 신, 의술의 신, 궁술의 신, 부권 신화의 수호신

태양의 신 아폴론은 그리스 신화에서는 ‘Apollon’, 로마 신화에서는 ‘Apollo’로 칭한다. 어원은 그리스어와 로마어에서 찾을 수 없다. 아폴론이 그리스 본토 출신이 아니라 타 지역에서 유래된 신임을 추정케 하는 점이다.

아폴론은 소아시아의 리키아에서 유래된 신으로 알려진다. 그의 행적 가운데 소아시아와 관련된 것이 많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아폴론은 한때 제우스에게 반기를 든 죄로 포세이돈과 함께 소아시아로 유배되어 트로이성을 쌓은 바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트로이 전쟁 당시 줄곧 그리스에 맞서 트로이 편을 들면서 그리스 최고 영웅 아킬레우스를 살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밀레토스(Miletos)를 비롯한 많은 그의 자손들이 소아시아 지방에 왕국을 건설한 점도 덧붙일 수 있다.

아폴론은 제우스와 레토 사이에 태어났으며 달과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와 쌍둥이 남매다. 레토가 제우스의 사랑을 받고 임신한다. 그러나 레토가 위대한 아들 아폴론을 낳을 것을 눈치 챈 헤라는 질투심에 불타 해산을 방해한다. 해산을 허락하는 땅은 영원히 불모지로 만들어버리겠다는 헤라의 협박 때문에 레토는 해산할 장소를 찾을 수 없었다. 해산할 땅을 허락하면 위대한 신 아폴론의 성지로 삼겠다는 레토의 제안을 받고 델로스 섬이 그녀를 받아들인다. 그러자 이번에는 헤라가 해산을 주관하는 여신 에일레이티이아를 놓아주지 않는다. 해산의 여신이 함께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아이를 낳을 수 없다. 9일 동안이나 진통을 겪고 있는 레토를 보다 못한 제우스가 전령을 보내 매수하여 에일레이티이아를 데려온다. 그제야 레토는 종려나무를 부여잡고 무릎을 꿇은 자세로 아폴론을 낳는다.

델로스(Delos)는 그리스어로 ‘떠오르는 섬’이라는 뜻이다. 델로스는 여느 섬과는 달리 뿌리 없이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섬이었다(어린 시절 섬이 조각배처럼 바다 위에 두둥실 떠 있는 것으로 생각한 이들이 많았으리라). 그런데 아폴론의 탄생을 도운 공을 대가로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부초처럼 떠 있던 델로스를 튼튼한 밧줄로 동여매어 바다 밑바닥에 고정시켜 주었으며, 델로스는 웅장한 신전을 갖춘 아폴론의 성지로 명성을 드높인다. 레토의 여동생 아스테리아(Asteria)가 제우스의 유혹을 피해 도망치다가 바위로 변한 것이 델로스라는 설도 있다.

8. Artemis (아르테미스) - 달의 여신, 숲과 사냥의 여신

아폴론의 쌍둥이 누이인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에서는 ‘Artemis’, 로마 신화에서는 ‘Diana’로 칭한다. 어원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아폴론과 마찬가지로 소아시아 지방에서 유래된 신으로 알려진다.

제우스의 사랑을 받은 레토가 헤라의 박해를 피해 델로스 섬에서 쌍둥이 남녀 신을 낳는데, 여신은 오랜 진통 끝에 아르테미스를 먼저 출산하고 또 한 번의 긴 산고를 겪고 나서 아폴론을 낳았다고 전해진다. 먼저 태어난 아르테미스는 레토 곁에서 동생의 출산을 도왔다고 한다. 태어나자마자 어머니의 출산을 돕는다는 설화는 처녀신 아르테미스가 해산의 여신이라는 직분도 갖고 있었음을 말해 준다.

9. Hephaestus (헤파이스토스) - 불의 신

헤파이스토스는 그리스 신화에서는 ‘Hephaistos’, 로마 신화에서는 ‘Vulcanus’로 칭한다. 그리스어 ‘Hephaistos’는 ‘불’이라는 뜻으로 땅 밑의 불, 즉 ‘화산’을 칭한다. 라틴어 ‘Vulcanus’도 ‘화산’을 뜻하는 영어 ‘volcano’의 어원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화산 밑에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이 있다고 상상했다.

10. Aphrodite (아프로디테) - 미의 여신, 사랑의 여신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아프로디테 여신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거품’을 뜻하는 ‘aphros’에서 찾을 수 있다. 즉 ‘Aphrodite’는 ‘거품에서 태어난 자’라는 뜻이다. 아프로디테는 셈(Sem)족의 풍요와 다산 그리고 전쟁의 여신인 아스타르테(Astarte)에서 유래하였다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다. 아스타르테는 바알(Baal)과 함께 팔레스타인 지방에서 주신으로 숭배된 여신이다. 아프로디테 역시 동방 출신인 것이다. 여신은 미케네 시대에 키프로스(Kypros) 섬으로 전래되면서 성격과 이름이 그리스화되었다. 여신의 별명 키프리스(Kypris)는 거기서 유래된 것이며, ‘바다에서 솟아오른 자’라는 뜻의 아나디오메네(Anadyomene)로 불리어지기도 한다. 아프로디테는 로마 신화에서는 ‘Venus’로 칭한다.

‘4월’을 뜻하는 영어 ‘April’은 라틴어 ‘Aprilis’에서 유래된 단어로 ‘아프로디테의 달’이라는 의미다. 영국의 시인 엘리엇(T. S. Eliot)이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노래한 것은 아름다움과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달콤한 유혹과 시련의 아픔을 갈파한 것인지도 모른다. 온갖 화사한 꽃들이 만발하고 아지랑이가 물거품처럼 피어오르는 4월이 미의 여신의 이름을 갖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인 것 같다. 또한 봄이 오면 처녀와 총각들의 마음이 공연히 싱숭생숭해지는 것도 사랑의 여신의 장난기 탓이리라. ‘샛별’이라는 별명을 가진, 가장 아름다운 행성, 금성에도 아프로디테의 로마식 이름인 ‘Venus’가 붙여져 있다.

아프로디테의 태생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그중 하나는 하늘의 신 우라노스의 거세된 생식기가 바다거품과 어우러져 태어났다는 설로서 『신통기』의 저자 헤시오도스가 주장한 바 있다. 다른 하나는 제우스와 바다의 정령 디오네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설로서 호메로스의 주장이다. 두 가지 설에서의 공통점은 여신의 탄생 근원이 바다거품이라는 사실이다. 아름다움과 사랑이란 한순간 화사하게 피어올랐다가 허망하게 사라져버리는 물거품과 같은 것이라는 깨우침을 담고 있는 탄생 설화이리라.

플라톤은 『향연』에서 여신의 두 가지 탄생설과 관련하여 ‘아프로디테 우라니아(Aphrodite Urania)’와 ‘아프로디테 판데모스(Aphrodite Pandemos)’라는 개념으로 사랑의 속성을 설명한 바 있다. 여기서 플라톤은 파우사니아스의 입을 통해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이중성을 말한다. 즉 아프로디테 우라니아는 우라노스의 생식기에서 탄생한 나이 많은 여신으로 육체적인 사랑이 아니라 영혼의 사랑을 주관하며, 아프로디테 판데모스는 제우스와 디오네 사이에서 탄생한 나이 어린 여신으로 영적인 사랑보다 육적이고 쾌락적인 사랑에만 관심을 둔다는 것이다. ‘Urania’는 ‘하늘의’, ‘Pandemos’는 ‘모든 민중의’라는 뜻으로 아프로디테 우라니아와 아프로디테 판데모스는 하늘의 고귀한 사랑과 민중의 세속적 사랑을 각각 상징하고 있다.

11. Hermes (헤르메스) - 길의 신, 목동의 신, 도둑과 상인의 신, 제우스의 전령

헤르메스는 그리스 신화에서는 ‘Hermes’, 로마 신화에서는 ‘Mercurius’로 칭한다. ‘Hermes’는 ‘돌 더미에서 유래된 자’라는 뜻으로 길가나 마을 어귀에 쌓여 있는 돌무더기와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Mercurius’는 ‘장사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mercari’에서 기원하며 ‘상인’을 뜻하는 영어 ‘merchant’의 어원이기도 하다.

헤르메스는 제우스와 티탄 신 아틀라스의 딸 마이아(Maia) 사이의 소생이며 아르카디아 지방의 험준한 킬레네 산의 동굴에서 태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12. Dionysus (디오니소스) - 술의 신, 비극의 신

디오니소스(Dionysos)란 이름은 ‘니사(Nysa)의 디아스(Dias)’, 즉 ‘니사의 제우스’라는 뜻으로 전해져 온다. 그러나 언어학적으로는 제우스를 뜻하는 ‘dia_’에 아들을 뜻하는 ‘_nysos’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이름으로 분석한다. 즉 ‘제우스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또 다른 해석으로는 ‘둘’을 뜻하는 ‘dyo_’와 ‘태어나다’를 뜻하는 ‘nys_’의 결합으로 보아 ‘두 번 태어난 자’로 풀이되기도 한다. 로마 신화의 바쿠스(Bacchus)라는 이름은 포도나무의 싹을 의미하는 바코스(Bakchos)에서 유래한다. 디오니소스도 그리스 본토 출신이 아니라 동방에서 전래된 신이다. 그는 그리스 북동쪽 트라키아 지방이나 소아시아의 프리기아 혹은 리디아에서 전래된 신으로 추정된다. 바코스는 디오니소스의 리디아식 이름으로 알려진다.

디오니소스가 니사의 제우스라고 불리는 까닭은 헤라의 박해 때문이다. 제우스의 정실부인 헤라는 제우스가 바람을 피워서 낳은 자식은 예외 없이 못살게 괴롭힌다. 헤라의 박해를 피해 제우스는 어린 디오니소스를 세멜레의 언니인 이노와 그녀의 남편 아타마스에게 부탁한다. 그러나 헤라는 이 두 사람을 광기에 빠뜨려 죽게 한다. 놀란 제우스는 전령 헤르메스를 시켜 디오니소스를 새끼 염소로 변신시켜서 아시아의 니사의 산에 사는 요정들에게 보내 양육시킨다. 거기서 자란 디오니소스는 아시아 지방을 떠돌아다니며 포도 재배법과 포도주 제조법을 전수한다. 그는 이렇게 자신의 신앙을 점차 확산시키며 그리스 땅으로 입성한다.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와 테베의 공주 세멜레 사이에서 태어난다. 그는 인간의 몸에서 태어난 유일한 올림포스 신이다. 제우스와 세멜레의 밀애를 눈치 챈 헤라가 변장을 하고 세멜레를 찾아간다. 노파로 변신한 헤라가 세멜레에게 제우스가 휘황찬란한 갑옷을 입은 모습을 한번이라도 보았느냐고 묻는다. 세멜레가 아니라고 대답하자, 헤라는 그렇다면 제우스의 사랑이 거짓일 거라고 약을 올린다. 그날 저녁 세멜레는 제우스를 졸라 천상의 갑옷을 입은 신의 모습을 처음으로 보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영광이 아니라 비극이었다. 세멜레의 앙탈을 이기지 못한 제우스가 눈물을 머금고 갑옷을 입고 나타나자 세멜레는 그 자리에서 불에 타 재로 변한다. 제우스의 갑옷에서 뿜어 나오는 빛이 인간에게는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이다. 제우스는 타들어 가는 세멜레의 몸에서 태아를 끄집어내어 자신의 넓적다리에 넣고 꿰맨다. 달이 차 아이가 다리를 가르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데, 그가 바로 디오니소스다.

디오니소스의 탄생과 관련한 또 다른 설이 있다. 제우스가 자신의 딸인 지하 세계의 여왕 페르세포네와 관계하여 디오니소스를 낳는다. 격분한 헤라가 티탄 족을 시켜 어린 디오니소스를 갈가리 찢어서 먹어치우게 한다. 아테나가 디오니소스의 심장을 구해 제우스에게 바치고, 제우스가 이를 삼긴 채 세멜레와 관계하여 그녀의 자궁에 디오니소스를 부활시킨다. 이렇게 하여 두 번 태어난 자가 디오니소스 자그레우스(Zagreus)다. 일설에는 격분한 제우스가 티탄 족에게 벼락을 쳐서 재로 만들어 버리고, 태워버린 재에서 인간이 탄생했다고 전해진다. 즉 인간은 티탄과 디오니소스의 본성을 함께 물려받은 존재, 다시 말해서 악마(티탄)와 신성(디오니소스)이 공존하는 복잡한 존재라는 설명이다.

13. Hades (하데스)

어둡고 침울한 하데스

'눈에 보이지 않는 자' 라는 뜻을 가진 하데스는 제우스, 포세이돈의 형제이며 티탄 신족과의 전쟁에서 공로를 세운 대가로 지하 세계를 다스리는 왕이 된 신이다. 그가 다스리는 지하 세계에 한 번 들어온 자는 절대 다시 지상으로 나갈 수 없다는 엄격한 규율이 있었다. 하데스는 이러한 법칙대로 지하 세계를 엄하게 다스렸기 때문에 모든 신들과 인간들이 기피하는 대상이 되고 말았다.

또한 그는 제우스의 형제임에도 불구하고 무겁고 침울한 모습으로 어두운 지하 세계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올림포스 12신에도 들지 못하였다. 그렇다고 하데스가 원래부터 그렇게 나쁜 신은 아니었다. 단순히 지하 세계의 규칙을 지키려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일 뿐이었다.

제우스의 눈 밖에 난 신이나 죽은 사람들은 모두 이 지하 세계로 가게 된다. 지하 세계로 가는 길목에는 '저승의 강' 이 기다리고 있으며 '카론'이라는 뱃사공이 대기하고 있다. 카론을 따라 저승의 강을 건너면 지하 세계의 입구에 다다른다. 이 입구를 지키는 개 한 마리가 있는데, 바로 케르베로스이다. 이 케르베로스 때문에 한 번 지하 세계로 들어간 자는 절대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며 오직 하데스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

지하 세계의 가장 깊은 곳에는 타르타로스가 있다. 이 타르타로스야말로 고통스런 형벌이 가해지는 곳으로 보통 지옥이라고 부르는 그곳이다. 이곳에는 아주 중대한 죄를 지은 신이나 사람들만 오게 된다. 제우스가 티탄 신족과의 권력 다툼에서 승리한 후 가둬 버린 곳이 바로 이 타르타로스이다.

14. Iris (이리스) - 무지개의 여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무지개의 화신이자 신들의 사자.

그리스의 시인 헤시오도스에 따르면 타우마스와 바다의 요정 엘렉트라의 딸이라고 전한다. 헤시오도스의 작품에서 그녀는 신들이 신탁을 내릴 때마다 스틱스 강에서 물을 긷는 의무를 지녔다고 한다. 그 물은 어떤 신이라도 위증했을 때에는 1년 동안 의식을 잃게 할 수 있었다. 예술작품에서 이리스는 보통 날개가 달렸고 사자의 지팡이나 항아리를 가진 것으로 나타난다.

15. Hypnos (히프노스) - 잠의 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잠의 신. 밤의 여신 닉스의 아들이며, 죽음의 신 타나토스의 쌍둥이 형제이다. 침대에 누워 있다가 밤이 되면 닉스에 이끌려 세상으로 나가 사람들에게 잠을 뿌렸다. 이 신에 대응하는 로마 신화의 신은 솜누스(Somnus)이다.

히프노스는 밤의 여신 닉스의 아들이다. 일설에는 어둠의 신 에레보스와 닉스 사이에서 태어났다고도 한다. 죽음의 신 타나토스의 쌍둥이 형제이며, 운명의 신 모로스, 죽음의 여신 케레스와 형제남매 사이이다. 아내인 파시테아 사이에 꿈의 신 오네이로이를 두었는데, 형제라는 기록도 전한다. 아들 중 중요한 인물은 사람에 대한 꿈을 꾸게 하는 모르페우스, 동물에 대한 꿈을 꾸게 하는 이켈소스, 사물에 대한 꿈을 꾸게 하는 판타로스이다.

16. Nemesis (네메시스) - 다산의 여신

첫째는 아티카의 한 여신을 가리키며, 둘째는 분노에 찬 비난을 뜻하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나중에 의인화되었다. 다산의 여신으로 추측되는 네메시스는 아티카의 람누스에서 숭배되었는데 아르테미스(야생동물·식물·출생·사냥의 여신)와 매우 비슷했다. 호메로스 시대 이후 신화에는 제우스가 네메시스를 쫓아다니다, 백조로 변신하여 거위로 변한 네메시스를 붙잡는다. 뒤에 네메시스는 알을 낳고 거기서 헬레네가 태어난다(→ 레다).

네메시스는 추상개념이지만 점차 숭배의 대상이 되었음이 분명하다. 네메시스 여신은 특히 인간의 주제넘은 행위에 대한 신의 비난을 의미했으며, 이 여신을 위한 첫 제단을 테베 공략의 테베 공략 7장군(Seven Against Thebes)의 대장인 아드라스토스가 보이오티아에 세웠다고 한다. 로마에서는 네메시스 여신숭배가 성행했으며, 특히 군인들은 네메시스를 연병장의 수호신으로 섬겼다.

17. Nike (니케) - 승리의 여신

거인 팔라스와 암흑의 강 스틱스의 딸이다. 원래 아테네에서는 따로 숭배받지 않았던 것 같다.

지혜의 여신 아테나와 주신 제우스의 속성이 있었기 때문에 미술작품에서 이 신들이 손에 들고 있는 조그만 상으로 나온다. 아테나의 니케는 항상 날개가 없는 반면 니케 혼자일 때는 날개가 있다. 또한 니케는 야자수 가지나 화환(때로는 승리의 소식을 전하는 전령 헤르메스의 지팡이), 트로피를 들거나, 때로는 날개를 펴고 시합에서 이긴 모든 승리자 위에 떠다니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니케는 전쟁의 승리뿐 아니라 다른 승리도 상징했다.

로마에서는 이 여신을 빅토리아라고 부르면서 오랜 옛날부터 숭배했다. 원로원의 수호신으로 여겼으며 쿠리아 율리아에 있던 그녀의 상(像)은 4세기말 그리스도교와 이교도 간의 최후결전의 원인이 되었다. 니케를 미술작품으로 제작한 것으로는 파이오니우스의 조각(BC 424경)과 〈사모트라케의 니케〉가 있다.

〈사모트라케의 니케〉는 1863년 사모트라케 섬에서 발견되어 지금은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데, 이것은 해전을 기념하기 위해 BC 203년쯤 로도스 사람들이 세운 조각상인 듯하다. 발굴현장을 보면 이 조각품은 마치 물에 떠 있는 듯이 보이게 설치한 기함 위에 세워져 있었다.

18. Hebe (헤베) - 젊음의 여신

헤베는 그리스 신화에서 젊음의 여신이다. 로마 신화에서는 유벤타스(Juventas)와 동격이다. 헤베는 제우스와 헤라의 딸로 올림푸스 산에서 여러 신들이 연회를 할 때 넥타르를 따르는 역할을 했다. 헤베 라는 이름은 그리스어의 젊음 에서 유래하였고 로마화된 유벤타스 또한 젊음을 의미하는 라틴어 에서 나왔다.

신화에 따르면 헤라클레스가 신격화 된 이후 헤베와 결혼하였고 쌍둥이 알렉시아레스와 아니세투스를 낳았다.

헤베는 흔히 소매 없는 드레스를 입은 모습으로 묘사된다.

호메로스의 작품에서 그녀는 집안 일을 돌보는 신이었고 대개 신들에게 넥타르(감로주)를 따라주는 일을 하는 것으로 나온다. 젊음의 여신으로서 대개 어머니 헤라와 함께 숭배되었고, 헤라의 특별한 발현으로 여겨졌다. 영웅이며 신인 헤라클레스와도 관련되어, 그가 불사신이 되어 하늘로 올라오자 그의 아내가 되었다. 헤베 숭배의 가장 중요한 중심지는 필리우스와 시키온이었고, 그곳에서 그녀는 가니메다·디아 등으로 불렸다. 때로는 로마의 신 유벤타스와 동일시되었다.

19. Tyche (티케) - 운명의 여신

그리스 신화에서 운명의 여신.

훗날 로마의 포르투나와 동일시되었다. 그녀는 행운과 불행을 제멋대로 나누어준다고 생각되었다. 그리스의 시인 헤시오도스는 티탄족 오케아노스와 그의 아내인 테티스의 딸이라고 했고, 다른 작가들은 주신 제우스가 아버지라고 했다. 티케는 개인과 가족을 보호하는 좀더 인정 많은 선한 정령 아가토스 다이몬과도 관계가 있고, 추상적 존재로서 지나치게 번영하는 사람을 벌하는 형평적 존재라고 믿어졌던 네메시스와도 관련이 있다.

티케는 대개 날개가 달리고 왕관을 쓰고 홀과 풍요의 뿔인 코르누코피아를 쥔 모습으로 나오지만 눈가리개를 하고 불확실성과 위험을 의미하는 여러 가지 장치를 지닌 모습으로도 나온다. 티케의 기념물 중에는 아르고스에 있는 한 신전이 있는데, 그곳에서는 전설상의 인물인 팔라메데스가 자신이 만들었다고 추측되는 주사위를 티케에게 바쳤다고 전해진다.

20. Hecate (헤카테) - 마술과 주문의 여신

초기 그리스 종교에 도입된 여신으로, 소아시아 남서부에 있는 카리아의 신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시인 헤시오도스에 의하면 티탄족 페르세스와 님프 아스테리아의 딸이었으며, 하늘·땅·바다를 지배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녀는 풍요와 일상생활의 모든 축복을 선사했다.

헤카테는 마술과 주문을 관장하는 중요한 여신이었다. 그녀는 데메테르의 딸 페르세포네가 지하세계로 납치되는 것을 목격했고, 손에 횃불을 들고 그녀를 찾는 일을 도왔다. 이때문에 교차로나 출입구에 헤카타이아라는 기둥이 세워지게 되었는데 아마도 악령을 쫓으려는 목적에서였을 것이다. 헤카테는 하나의 몸체에 긴 옷을 입고, 손에는 횃불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었다. 그러나 후세에는 서로 등을 맞대고 서 있는 3개의 몸체를 지닌 것으로 표현되었는데, 이는 모든 방향을 바라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