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국지의 여인들 5 - 2 조조, 조비, 조식 모두가 사랑한 원소의 며느리 견씨

2022. 12. 9. 03:20카테고리 없음

🟢 삼국지의 여인들 5 - 2
조조, 조비, 조식 모두가 사랑한 원소의 며느리 견씨

글 : 민희식 前 서울대 교수
그림 : 유승배


• 견씨를 ‘공유’하게 된 조조와 조비

유씨는 할 수 없이 조조를 견씨의 방으로 데리고 갔다. 잠들어 있던 견씨는 갑자기 조조가 찾아오자 매우 놀랐다. 조조는 견씨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같이 잠자리에 들자고 하였다.

“아니 되옵니다. 저는 이미 아드님의 처이온데…”

견씨가 벌벌 떨면서 말하자 조조는 말없이 그녀의 옷을 벗기고 완력으로 그녀를 정복해 버렸다. 견씨는 처음에는 다소 반항을 하였으나 이겨내지 못하고 그냥 몸을 맡겼다.

“그런데 너처럼 잘난 여자가 왜 세 형제 중 제일 못난 원희와 결혼했느냐. 무슨 이유라도 있는 거냐.”

견씨는 할 수 없다는 듯 사실을 털어놓았다.

“저는 본래 원소 나리가 좋아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저 유씨가 질투가 심해서 나리가 유씨의 협박에 못 이겨 그만 아들 원희에게 저를 주었지요.”

꼼짝없이 조조와 견씨가 정사하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어야 했던 유씨의 안색이 변했다.

“그럼 그렇지. 역시 원소의 여자였구나. 원소나 그 아들은 여자를 즐겁게 해줄 주변머리가 못 되는데 너의 몸은 그래도 남자를 즐겁게 해줄 줄 아는구나. 너는 앞으로 나의 여자다. 물론 아무에게도 말을 하면 안 되지.”

정사를 마음껏 즐긴 후 조조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견씨는 그의 손을 잡고 청이 있으니 들어달라고 하였다.

“무슨 청이냐?”

“저 유씨를 죽여주세요. 무서운 여자입니다. 원소의 애첩들을 아주 잔인하게 죽인 여자죠. 이제 저도 죽이려 들 것입니다. 제발 저 여자를 죽여주세요.”

“네 말이라면 못 들어줄 거 없지.”

조조는 새파랗게 질린 유씨의 목을 잡고 방 밖으로 나가 형우를 불렀다.

“이 여자는 나를 농락하고 원소의 복수를 한답시고 틈을 타 나를 죽이려 했다. 밖으로 데려가 목을 쳐라.”

유씨는 비명을 지르며 발광을 하였지만 결국 형우의 칼에 목이 달아났다.

“이제 나와 너의 관계를 아는 사람은 없구나.”

그 후 조조는 조비가 원정에 나가 돌아올 때까지 매일 밤 견씨와 잠자리를 같이하였다. 어느 날 조조는 정사를 마친 후 견씨에게 말했다.

“그대의 아름다움이 남자를 끌어당기도다. 아들이 이 일을 알게 되면 나를 죽이려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저히 그대 곁을 떠날 수 없으니…. 그러니 그대가 말 한마디만 잘못 해도 천하의 추세가 바뀔 수도 있지…. 정말 망국의 미녀로다.”

“그럼 제가 살아 있는 것이 죄인가요?”

“죄이건 아니건 살아서 나를 즐겁게 하라. 내가 그대에게 원하는 건 그것이 전부이다.”

• 아버지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아이를 낳다

이듬해 견씨는 아들을 낳았으니, 바로 조예(曹叡)다. 조조는 손자 조예를 몹시 귀여워했다. 건안 12년(서기 207년) 9월 원소의 아들 삼 형제 중 3남 원상, 차남 원희의 목이 조조에게 보내졌다. 이 둘은 중국 동쪽 요동의 태수 공손강(公孫康)에게 구원을 청하였으나 조조를 두려워한 공손강이 두 사람의 목을 베어 바친 것이다. 이리하여 7년에 걸친 원씨 일족과의 싸움이 끝나고 중원은 조조의 것이 되었다.

전 남편 원희의 죽음을 안 견씨는 슬프게 울었다. 남편이 있는 몸으로 적장의 여인이 되어 그 아들과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았으니 왜 아니 슬프겠는가.

조조는 원소 일족을 멸한 그 위세를 떨치기 위해 업의 서북쪽에 동작대(銅雀臺)를 세웠다. 그 후 조조는 조비를 미워하고 총명한 조식(曹植)을 사랑하였는데, 이 조식 또한 천하절색 견씨를 오랫동안 짝사랑하였다.

어느 날 조조의 귀에 조예가 조조의 아들이라는 소문이 들려왔다. 그 때문에 견씨를 멀리하게 되었다. 일설에는 견씨가 조비의 여자가 되기 전 이미 원희의 아이를 임신한 몸이었다는 얘기가 있다. 이럴 경우 얘기는 더욱 복잡해진다. 아무튼 견씨가 32세 때 조조는 그녀보다 젊은 여자를 사랑하게 되고 조비도 황후와 측실을 두고 그녀를 멀리하였다.

• 균열이 생긴 조씨 家

그 후부터 조비는 냉정한 인간이 되었으니, 세 동생 중 아버지의 장례에 늦게 왔다고 4남 조웅(曹熊)을 자살하게 하고 차남 조창(曹彰)은 전선에 보내 죽였다. 견씨는, 원소의 유산을 형제가 서로 탐내 싸우다 조조에게 패한 사실을 돌아보며 조비 형제의 분란을 염려했다. 마침내 견씨는 미쳐서 발광하다 조비로부터 자살을 명받고 39세에 죽는다. 조비도 5년 후 재위 7년 만인 39세에 세상을 떠난다. 이후 위(魏)의 제2대 황제에 조예가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