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국지의 여인들 5 - 1 조조부자가 사랑한 원소의 며느리 견씨

2022. 12. 9. 01:56카테고리 없음

🟢 삼국지의 여인들 5 - 1 조조부자가 사랑한 원소의 며느리 견씨

조조, 조비, 조식 모두가 사랑한 원소의 며느리 견씨

글 : 민희식 前 서울대 교수
그림 : 유승배



저 유씨를 죽여주세요. 무서운 여자입니다. 원소의 애첩들을 모조리 죽인 여자죠. 제발 저 여자를 죽여주세요.



헌제(獻帝)를 등에 업고 마음껏 권력을 휘두르는 조조(曹操)에 대해 위협을 느낀 하북의 패자(覇者) 원소(袁紹)는 군사 70만을 거느리고 조조군 섬멸에 나섰다. 참모인 전풍이 원소에게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니 조용히 때를 기다려야 한다”고 충고하였으나 듣지 않았다. 참모 저수(沮授)도 “적은 소수이지만 정병입니다. 지금은 방어태세로 적의 병량이 소모되기를 기다릴 때입니다”하고 간했으나 역시 원소의 노여움을 샀다. 라이벌 공손찬(公孫瓚)을 패퇴시키고 하북의 4개 주를 거느리는 100만 군세의 최고 통치자로서 원소는 조조의 7만 군대를 우습게 볼 여유가 있었다.

원소의 70만 군사는 남하하여 관도에 자리를 잡았다. 조조군이 비록 정병이라 하지만 10분의 1 병력으로는 원소의 대군을 감당할 수 없었다. 참모 순욱이 “원소의 군은 수는 많지만 오합지졸이고 아군은 정병이니 승부는 단숨에 결정지어야 합니다”하고 진언하였다. 조조는 이 의견을 채용하였다. 조조는 하후돈(夏侯惇), 조홍(曹洪)에게 각기 3천의 군을 주어 적진으로의 돌입을 명하였다.

원소의 참모 심배(審配)는, 조조군의 움직임을 미리 알고 석궁대 1만을 양측에 배치하고 중앙에 사수 5천을 두어 일제히 대응하였다. 이 전투에서 조조군은 거의 전멸하였다. 단기전을 바란 조조이지만 적진에 침입하는 데 실패하였다. 원소는 조조진의 정면에 수십 개의 작은 산을 만들었다. 산 위에 진을 치고 조조군의 진영을 향해 화살을 쏴댔다. 조조는 막료를 소집하여 대책을 강구하였다.

참모 유엽(劉曄)이 “진지와 산을 부수기 위해 발석차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발석차란 지렛대의 원리로 거대한 돌을 쏘아대는 신무기였다. 조조는 수백 개의 발석차를 만들어 원소군의 진지와 산을 공격하였다. 진지와 산은 삽시간에 무너져 내렸다. 이에 당황한 심배는 땅굴을 파 공격로를 확보하고자 하였다.

여기에 유엽은 진영의 전면에 참호를 파 저지시켰다. 그때 경계를 서던 부장이 원소군의 간첩을 잡았다. 심문을 하자 간첩은 한맹(韓猛)이 병량을 싣고 오기로 되어 있어 그 연락을 위해 본영에 간다고 자백했다. 조조는 한맹을 습격하고 원소의 구원대와 결전을 벌이라고 명하였다.

원소는 진중의 북서 방향에서 불이 난 것을 발견하였다. 도망쳐온 병사로부터 수송대가 조조군의 기습을 받아 병량이 타버렸음을 알고 장합(張郃)과 고람(高覽)을 보내 조조군의 퇴로를 폐쇄하였다. 순우경(淳于瓊)에게는 2만의 병사를 주어 병참기지가 있는 오소로 파견해 식량의 증발과 수송의 역을 맡겼다.


• 식량창고 기습에 성공한 조조

조조도 병량이 부족하여 허도를 지키는 순욱(荀彧)에게 양식을 수송하도록 사자를 파견했으나 원소의 막료 허유에게 잡혀버렸다. 허유(許攸)는 젊었을 때 조조와 친한 사이였으나 그 후 원소에게 가 막료가 된 자이다. 조조의 편지를 읽은 허유는 바로 원소에게 가 “조조의 군량이 바닥났으니 이때 허도를 급습하면 점령할 수 있습니다. 병량이 부족한 조조군을 포위하면 그들은 그대로 자멸할 것입니다”하고 진언하였다.

원소는 허유의 계에 대해 “조조는 책략이 뛰어나므로 이 편지가 우리를 유인하기 위한 계략일 수 있다”며 반대하였다. 게다가 원소는 심배가 보낸 편지를 읽었는데, 그 편지엔 허유가 구주에서 상인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일, 그의 아들이 무거운 세금으로 사복을 채운 내용이 적혀 있었다. 원소는 이것을 보고 노발대발하였다.

목숨이 위험해진 허유는 원소의 진에서 도망쳐 나와 조조에게 투항하였다. 조조는 “원소가 허유의 계책대로 허도를 급습했더라면 참패할 뻔했는데 하늘이 도왔다”며 기뻐하였다. 그리고 허유에게 원소를 칠 수 있는 계략에 대해 물었다. 허유는 “원소는 무기, 병량의 전부를 병참기지인 오소에 두고 있습니다. 기지의 수장인 순우경은 술 마시기를 좋아하는 놈이라 기지의 수비는 허점투성이입니다. 그 허점에 대해 자세히 조사하고 치면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조조는 그의 계략을 채용, 오소를 기습기로 하고 스스로 5천 정병을 이끌고 공격의 선두에 섰다. 원소의 참모 저수는 진중에서 천문을 보다가 금성이 역행하는 것을 보고 원소에게 “금성이 역행하는 것은 야습의 징조이므로 오소의 경비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진언했다. 술과 여자에 빠져 있던 원소는 “엉뚱한 미신”이라며 그 말을 일소에 부쳤다.

조조군의 기습 부대는 오전 2시경에 오소 기지에 도착하였다. 수비병에게 기지를 도우러 왔다고 속이고 문을 열게 하였다. 안으로 진입한 조조의 병사들은 산더미처럼 쌓인 병량과 무기에 불을 지르고 당황하는 수비병들을 마구 죽였다. 수비대장 순우경은 술에 취한 채 막사에서 자고 있다가 조조의 군사에게 체포되었다.

원소는 북방에서 불기둥이 오르고서야 조조군의 병참기지 습격을 알았다. 기지 구원을 위해 출진을 준비할 때 참모 곽도(郭圖)가 “조조군이 오소를 급습했으니 그의 본진은 허술할 것입니다. 적의 본진을 급습해야 합니다”고 진언했다. 원소는 교현(橋玄)에게 조조의 본진을 급습하라고 명하였다. 원군이 본진에 이르자 좌에서 하후돈, 우에서 조인, 정면에서 조홍의 군대가 나타나 원소군은 패하였다.

본진 강습이 실패하여 입장이 불리해지자 곽도는 패전의 책임을 장합과 고람에게 뒤집어씌워 “그 둘이 이전부터 조조에게 항복하려 했다”고 보고했다. 원소가 화가 나 두 사람을 송환코자 하자 그들은 목숨의 위험을 느끼고 조조에게 투항하였다. 이에 원소군의 병력은 극감하고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조조는 장합과 고람을 선두로 야습을 하기로 하고 그날 밤 삼경 세 방향에서 원소군의 진영에 돌입하였다.

조조가 이어 허위정보를 퍼뜨리자 여기에 놀란 원소는 셋째 아들 원상(袁尙)에게 5만의 군사, 신명에게 5만의 군사를 주어 여양으로 급히 보냈다. 조조는 이것을 알고 전군을 8로 나누어 일제히 공격했다. 원소군은 이에 완전히 붕괴되었다. 원소는 본진에 돌아와 심한 병이 들었다. 건안 7년(서기 202년) 마침내 원소는 피를 토하며 죽는다. 조조의 가장 강력한 맞수이자 명문 귀족의 후손으로 높은 인망과 막강한 군세와 인재를 거느리고 그 자신이 천하의 패권을 쥘 수도 있었던 원소는, 젊은 시절의 무용과 식견을 유지하지 못하고 자만과 독선에 빠져 조조에게 대패함으로써 자신뿐 아니라 일족 모두가 괴멸하는 단초를 제공하였다.


• 조조 부자 앞에 선 업성의 두 여인

건안 9년(서기 204년) 7월, 마침내 조조는 원소의 본거지인 업성(鄴城)을 함락했다. 14세 때 부친 조조를 따라나선 후 3년에 걸쳐 원소군과 싸워 온 장남 조비(曹丕)는 매우 흥분하였다. 10배가 넘는 원소의 대군을 물리치고 중원을 제패한 기쁨에 정신을 잃을 정도였다. 성안을 둘러보던 조조의 장남 조비는 원소의 사저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한 미인을 발견하였다. 머리카락은 흐트러지고 얼굴엔 때가 껴 꾀죄죄한 모습임에도 상쇄해 큰 눈동자, 고귀한 자태 등 아름다움이 뿜어나왔다. 그 미색에 놀라 조비가 물었다.

“그대는 누구인가?”

“그녀는 제 둘째 아들 원희(袁熙)의 처 견씨(甄氏)입니다.”

견씨의 미모에 정신이 팔려 미처 그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던 한 중년 여인이 어느새 다가와 말했다.

“그럼 당신이?”

“네, 제가 바로 원소의 처 유씨입니다.”

“이거 뜻밖이군요. 당신을 보니 당신이 총애해 마지않는 셋째 아들 원상의 외모에 대해 하는 얘기가 과장은 아닌가 보오.”

“칭찬인가요?”

“잡아서 참수하기엔 아까운 외모란 뜻이오.”

이 말을 들은 유씨는 새파랗게 질렸다. 지금은 업성을 떠나 있는 원상을 잡아 참수하겠다는 건지, 자신을 참수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둘 다 참수하고 말겠다는 건지, 극도의 두려움이 밀려왔다. 원소의 아내로서 최고의 권력에 온갖 호사를 누리며 신하나 첩의 목숨 따위는 파리 목숨처럼 여겨왔던 유씨는 이제 17세 애송이 앞에서 벌벌 떨며 목숨을 구걸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런데 당신의 며느리 또한 그냥 두고 보기 아까운 미모군요.”

조비의 이 말에 유씨는 한 가닥 희망의 빛을 보는 듯했다.

“마음에 드시나요?”

“마음에 든다면 내게 주기라도 하겠다는 거요?”

“여부가 있나요. 여자는 때로 정복당하는 욕망에 시달리기도 하죠. 더구나 상대가 천하를 호령하는 조조 나리의 장남이라면 그 누가 거부할 수 있겠어요?”

조비는 며느리를 팔아서라도 목숨을 유지해 보려는 유씨의 노골적인 속셈을 알아채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견씨는 그저 오들오들 떨고만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녀는 조비보다는 유씨를 더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 조조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원소의 처 유씨

유씨는 견씨와 조비의 손을 잡고 규방으로 안내했다. 조비는 견씨의 매력에 견딜 수가 없어 그녀의 옷을 벗기고 그대로 어색하게 껴안았다. 그녀는 유씨에게 원망 섞인 표정을 지으며 할 수 없다는 듯 그에게 몸을 맡겼다. 조비로서는 최초의 여인 경험이었다. 다음날 아침 유씨는 입성한 조조에게 인사를 하였다.

“아드님이 우리를 지켜주어서 이처럼 목숨을 건졌습니다. 감사의 뜻으로 견씨를 젊은이의 부인으로 바치고 싶으니 허락해 주십시오.”

조조는 아들이 벌써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가 생긴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

“나이는 몇이오.”

“스물두 살입니다.”

“아들보다 다섯 살이나 많군. 어디 데리고 와 보게.”

유씨가 견씨를 조조 앞으로 데리고 와 인사를 시키자 조조는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정말 내 아들은 여자를 볼 줄 아는구나”하고 중얼댔다.

대장 원소가 병사하였으나 세 아들 장남 원담(袁譚), 차남 원희, 삼남 원상과 조카 고간(高幹) 등 넷은 각기 자신의 영지에서 전투 준비를 하고 있었다. 특히 장남 원담과 삼남 원상은 서로 원소의 후계자를 자처하며 영토를 두고 분쟁을 벌이고 있었다. 상황에 따라 원담은 조조에 게 붙었다가 원상과 연합하는 등 매우 어지러운 행태를 보이고 있었다. 조조는 사분오열된 원소의 자식들을 치기 위해 조비를 불러 말했다.

“너도 부인을 얻었으니 남자가 된 것이다. 원소의 아들과 전투를 해 공도 세워야 할 게야. 네가 원희의 처를 빼앗은 이상 원희를 살려둘 수는 없다. 네 손으로 그를 없애라.”

그가 원희를 처치하면 조조는 원소의 세 아들 중 가장 강적인 원상을 처치할 계획이었다.

조조는 원소의 관에 머무르며 만찬회가 벌어지자 유씨를 불러 술을 따르게 했다.

“전처의 아들이라고는 하지만 남편의 아이인데, 그 며느리를 보신을 위해 적과 결혼시키다니 대단한 여자로구나.”

“여자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법입니다. 보살펴주어야 할 분이 필요하죠. 살아 있다 해도 여자 하나 지키지 못하는 남편이 무슨 가치가 있겠습니까.”

그러면서 유씨는 조조에게 몸을 기대었다. 조조는 처소로 가 유씨의 옷을 벗기고 가슴을 만지면서 말했다.

“원소가 여자를 아는군.”

“나리의 뜻대로 하세요.”

유씨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런데 지금 이 눈물은 무슨 뜻이오? 그대야말로 피도 눈물도 없는 여자 아닌가. 남편 원소가 죽은 후 그의 애첩 다섯과 그 일족을 잔혹하게 죽였다고 들었소만.”

유씨는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제가 어찌 그리하겠습니까. 밑의 사람들이 한 일입니다.”

“글쎄. 오늘은 좀 젊은 여인을 안고 싶으니 나를 견씨 방으로 안내해 주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