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국지의 여인들 4 - 1 조조를 패배시킨 추씨

2022. 12. 8. 03:02카테고리 없음

🟢 삼국지의 여인들 4 - 1 조조를 패배시킨 추씨

글 : 민희식 전 서울대교수
그림 : 유승배

조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다 그제야 사태를 제대로 이해했다.

• 곽사 아내의 질투

동탁이라는 한 지방군관이 갑자기 권력을 쥔 것이나 그의 부장(副將)에 지나지 않는 이각(李傕)이 천자를 자기 군에 들여 장안 일대를 혼란에 빠뜨린 것은 후한말 동란의 시대가 아니고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각, 곽사, 장제, 번주의 무리는 동탁이 죽자 재빨리 몸을 피한 후 장안에 사람을 보내 상소문을 올리고 항복할 터이니 죄를 사해줄 것을 청했다.

왕윤은 이 상소문을 받고 코웃음을 쳤다. 동탁의 죄가 모두 그들의 죄이므로 사면은 불가하다고 선언했다. 사자가 이 사실을 이각 무리에게 알리자 그들은 도망갈 궁리부터 하였다. 그때 모사 가후(賈詡)가 나섰다.

“우리가 군사를 버리고 흩어지면 지방장관들이 수수방관할 리 없습니다. 우리를 붙잡아 당장 중앙에 넘길 것입니다. 그러면 다 죽게 되니 이참에 병마를 모아 동탁의 원수를 갚는다는 구실로 장안에 쳐들어가는 게 좋을 것입니다.”

모두 여기에 찬성하고 묘안을 세웠다. 동탁을 죽인 왕윤이 서량(西涼)의 백성들을 다 죽이려 한다는 유언비어를 퍼트리기로 한 것이다. 이 유언비어가 백성들을 혼비백산케 해 다시 모여든 무리가 10여 만에 이르렀다.

이각과 곽사(郭汜)는 군사를 이끌고 장안성에 들어가 불을 지르고 금은보화를 약탈하였다. 이각과 곽사가 헌제를 시해하려 하자 장제(張濟)가 말렸다. 이각, 곽사, 장제, 번주 등의 무리가 헌제를 협박하자 천자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벼슬을 줄 수밖에 없었다.

이각과 곽사가 대궐을 손아귀에 쥔 후 백성들에게 가한 잔악한 행위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헌제는 눈물을 글썽이며 호소했다.

“짐은 두 역도에게 말할 수 없는 수모를 받았소. 그놈들의 목을 벨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소.”

이에 태위 양표가 아뢰었다.

“신에게 한 가지 계교가 있습니다. 우선 이각, 곽사 두 놈을 싸우게 하고 조조에게 밀명을 내려 그놈들을 소탕토록 지시를 내리시면 조정이 편안해질 것입니다.”

“무슨 수로 그 두 놈을 싸우게 한단 말이오?”

“곽사의 아내는 질투가 매우 심한 여자입니다. 그 질투심에 불을 지른다면 그들은 서로 개처럼 싸울 것입니다.”

헌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양표에게 조조를 부르는 밀서를 보내라고 명했다. 어전에서 나온 양표는 그의 아내를 은밀히 곽사 집에 보냈다. 양표의 아내는 곽사의 부인에게 선물을 주고 친교를 맺은 후 이렇게 속삭였다.

,• 이각과 곽사 대결의 승자는?

“부인께서 말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아무것도 모를 뻔했구려.”

“곽 장군께서 이각의 부인과 은밀히 정을 통한다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이 사실을 이각이 알면 큰일이 날 터이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인은 두 사람이 만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부인께서 말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아무것도 모를 뻔했구려. 그년이 평소에도 여우처럼 구는 걸 보고만 있었건만. 내 결단코 꼬리를 잡고 말겠어요.”

곽사의 아내는 양표의 아내에게 수없이 감사를 표했다. 며칠 후 곽사가 이각의 집에서 연회가 열린다며 외출하려 하자 처가 가로막았다.

“이각은 성미가 사납고 믿을 수 없는 자입니다. 두 영웅은 한자리에 설 수 없는 법, 그가 음식에 독이라도 섞게 되면 제 신세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곽사가 연회에 참석하지 않자 저녁 늦게 이각의 시녀가 술과 안주를 가져왔다. 곽사가 음식을 먹으려 하자 처가 말렸다.

“밖에서 온 음식은 먹지 마십시오.”

부인이 그 음식을 부엌으로 갖고 가 몰래 독을 탄 후 개에게 던져주었다. 개는 그것을 먹고 발광하다 그 자리에서 죽었다. ‘이각, 이놈이?’ 곽사는 분노로 두 눈이 이글거렸다. 다음부터 이각의 초청을 계속 거절한 곽사는 더 이상 핑계가 없어 마침내 이각의 연회에 참석했으나 집으로 돌아와서는 속이 메스꺼워 먹은 음식을 모두 토했다.

“음식에 독을 넣은 게 분명해요.”

부인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말했다. 곽사는 살기가 등등한 얼굴로 외쳤다.

“내가 그놈과 함께 대사를 도모하고 있거늘, 권력을 독차지하려고 감히 나를 죽이려 하는구나. 내가 선수를 쳐 놈을 먼저 죽여버리겠소.”

곽사는 수하의 군사를 이끌고 이각의 집으로 쳐들어갔다. 이각은 이 소식을 듣고 크게 분개하였다.

“곽사란 놈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구나.”

이각 역시 수하의 군사를 몰고 곽사를 치러 나갔다. 두 장수가 거느린 군사는 수만에 이르렀으며 이 혼전 가운데 도적떼가 약탈을 하고 사람들을 마구 죽였다. 이후 이각과 곽사는 50여 일을 계속해서 싸웠는데 이 와중에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사람이 죽어나갔다. 이각과 곽사는 이르는 곳마다 백성의 재산을 빼앗고 노약자와 어린이까지 죽이고 장정들을 붙잡아 화살받이로 이용하니 그들의 군세는 오합지졸의 집단이 되어 결국 망하고 말았다. 이리하여 동탁의 무리는 소탕되었다.

• 조조를 패퇴시킨 추씨

酒池肉林, 張濟의 館

조조는 예주(豫州)로 향한 유비와 여포를 치기 위해 급히 출전 준비를 하였다. 그때 한중 장제의 조카 장수(張繡)가 완성(宛城)에 진출하여 모신 가후의 건의로 유표와 동맹을 맺고 도읍지로 쳐들어오려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화가 난 조조는 장군 하후돈(夏侯惇)을 앞세워 15만 병사를 이끌고 완성으로 진격하였다. 장수는 가후가 ‘조조의 군세가 강해 방어할 도리가 없습니다. 항복하는 것이 무난합니다’하고 진언하자 싸우지 않고 항복하였다.

장수의 완성에 입성한 조조군은 성 안을 상세하게 조사하였다. 병사(兵舍), 무기고, 마구간, 식량창고, 각료들의 거주지를 모두 조사해 그 세부사항을 파악해 두었다. 조조는 “성내에 불온한 움직임은 없는가?”하고 본진에 모인 각 부대장에게 물었다.

“가후가 신고한 무기, 식료, 기마, 보물을 모두 정리해 서류로 갖추어 놓았습니다.”

곽가가 보고를 했다.

“정말 멋진 개선입니다.”

순욱이 말했다.

“장수 그자가 나에게서 헌제를 빼앗아 천하를 통일하겠다고 떠들어댔다며? 그 못난이… 그자의 아저씨라는 장제놈이 이각과 곽사에게 붙어 장안의 백성들을 도륙하고 헌제를 빼돌리려다 제 명에 못 죽었으면 됐지 뭐하러 자기까지 아저씨의 뒤를 잇겠다는 건가? 한심한 놈.”

조조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곽가와 순욱은 조조의 말을 반만 수긍하는 태도였다. 조조 진영의 젊은 인재인 곽가와 순욱 두 사람은 사실 장수보다는 장수의 모신 가후를 두려워하였다. 비록 항복을 해왔으나 그의 무서운 재능에 순욱은 등골이 오싹했다. 곽가도 적이지만 그를 존경할 정도였다. 이번 조조의 개선도 가후의 진언에 의한 것으로, 항복 후의 일처리도 빈틈이 없을 것으로 둘은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보고가 없다면 장수가 마련한 환영연에나 가보지.”

조조가 그 말끝에 일어서서 연회장으로 가니 장군들이 모두 따랐다. 연회가 한창 무르익을 때 조조의 장남 조앙(曹昂)과 조카 조안민(曹安民)은 서로 가만히 눈짓을 하였다. 조앙은 22세, 조안민은 20세의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었다. 둘은 연회석을 슬그머니 빠져나와 낮에 봐둔 곳, 장수가 비밀리에 드나드는 관으로 향하였다. 문지기가 있었으나 감히 둘을 제지하지 못하였다. 관 안에 들어간 조안민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가후가 여긴 보고하지 않은 것 같군.”

“보고했을 리가 없지. 여기는 장제가 남겨놓은 주지육림의 관이니까.”

조앙이 투구를 벗으며 대답하였다. 두 사람의 시선 끝에는, 아편에 취해 몽롱해진 수백 미녀들이 거의 나체로 노래하며 춤추고 있었다. 둘은 옷을 벗어 던지고 마음에 드는 여자들을 차례차례 겁탈하였다. 여자들은 전혀 저항하지 않고 오히려 자진해서 몸을 바쳐왔다. 젊은 두 사람은 동이 틀 때까지 각자 20명 이상의 미인을 골라 데리고 즐겼다.

“이 세상에 이처럼 성적 기교가 뛰어난 여자들이 있다니 정말 놀랄 일이군.”

조앙이 혀를 내두르자 조안민도 수긍하였다.

“이곳이야말로 극락 아닌가. 시중을 드는 악사들은 여자들을 쳐다보지도 않는군.”

조안민의 말에 나체의 한 여인이 대답하였다.

“저 남자들은 모두 환관입니다. 여기서 일어나는 일은 절대 지껄이지 않지요. 혀를 다 뽑아버렸으니까요.”

• 두 젊은이 앞에 나타난 미녀

아침나절에도 두 사람은 장제의 관에 머물렀다. 그들은 사흘이나 관 안에 머무르며 차례로 몰려오는 부드러운 육체들을 애무하였다. 둘이서 노곤해진 몸을 쉬게 할 겸 술을 마시고 있을 때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반라의 여인이 두 미녀를 양쪽에 끼고 나타나 이렇게 말하였다.

“마음에 드셨나요, 젊은이들. 이곳 여자들을 한 번 안고 나면 다른 곳 여자들은 고깃덩어리로 느껴진답니다.”

그러자 두 미녀가 조앙과 조안민에게 다가와 둘의 다리 사이로 손을 뻗어 희롱하였다. 둘이서 미녀들을 쓰러뜨리려 하자 미녀들은 이를 가볍게 제지한 후 입술과 혀로 그들을 공격하였다. 너무나 묘한 성적 기교에 놀라 조앙이 여인에게 물었다.

“너희는 도대체 누구냐?”

“나는 장제의 부인이고 이 두 여인은 나의 시녀입니다.”

처음에 말을 걸어왔던 반라의 여인이 두 미녀를 대신해 대답했다.

조안민이 멍하니 있자 장제의 부인 추씨(鄒氏)가 말했다.

“우리는 기녀가 아닙니다. 한 남편만을 위해 봉사하죠. 이 관에 오는 남자는 우리 남편이거나 남편이 될 수 있는 남자뿐이지요. 그 사실을 알고 오셨겠죠.”

“우리는 조조의 아들 조앙과 그 조카 조안민입니다. 이제 부인을 상대해도 되겠지요.”

둘이 추씨의 탄력 있는 몸을 함께 쓰다듬으니 마치 그녀의 살 속으로 온몸이 스며드는 듯하였다.

“저에게 두 남편은 필요 없어요. 한 분으로 정하세요.”

둘은 얼굴을 마주보았으나 서로 양보할 기색이 없었다. 그래서 추씨는 선수를 쳐 두 젊은이를 완전히 정복해 버렸다.

“조조 나리께서 이곳을 아시나요?”

추씨가 물었다.

“아니오.”

조앙이 고개를 저었다.

“조조 나리는 천하제일의 영웅으로 지금 이 성의 주인이 되었지요. 이곳도 완성의 것이니 진짜 주인이 여기 와야 하지 않겠어요?”

“그럼 우리더러 조조 나리를 모시고 오라는 건가요?”

조카 조안민이 말했다.

“글쎄요. 오늘의 일을 조조님께서 조만간 알게 되지 않을까요.”

두 사람은 꿈에서 깨어나 관 밖으로 나갔다. 성 안에서는 연일 연회가 개최되어 모두들 반쯤 취한 상태였다. 해서 두 사람이 사라진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오후 늦게 시치미를 떼고 연회에 참석하였다. 조조가 옆에 있는 장군에게 뭐라고 속삭이는 것을 보고 조안민이 그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는 ‘나리께서 이 성에 멋진 여인이 없느냐’ 물었다고 답했다. 조안민은 ‘조조가 그 관을 알게 되면 호통을 치겠지. 추씨가 나보단 조앙을 고른 것 같은데 그녀를 빼앗길 바에는 차라리 나리에게 헌납해야지’하고 생각하고 조조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나리, 어젯밤 성 안을 돌아보니 장수의 관 한구석에 이 세상 인간이 아니라고 여겨질 정도의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죽은 장제의 처 추씨라고 하던데요.”

그 순간 조조의 눈빛이 변했다.

“그래? 어디 그녀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보라.”

• 추씨의 ‘사랑의 108技’

조조는 조안민을 따라 관으로 갔다. 조안민이 먼저 안으로 들어가, 추씨에게 조조가 온 것을 알리고 맞이할 준비를 시킨 후 당부했다.

“우리가 여기서 지낸 며칠간의 일은 말하지 마세요.”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추씨가 웃으며 대답하자 조안민은 안심하고 조조를 안으로 모셨다. 추씨는 조조를 매우 정성스럽게 받들었다. 조조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정신을 잃었다.

“가히 절세가인이구나. 네가 원한다면 온갖 호강을 다 시켜주겠다.”

“나리는 천하의 영웅, 저는 남편을 잃고 눈물로 지새우는 몸입니다. 나리가 그렇게 말씀하시니 너무나 기쁘나이다. 이렇게 와주신 나리야말로 제 남편이나 다름없습니다.”

추씨의 어투는 정절한 부인과는 아주 달랐다. 조안민은 그녀가 자기가 상대할 수 있는 여자가 아님을 깨달았다. 조조는 사람들을 다 내보내고 그녀와 잠자리에 들었다. 그녀의 몸은 조조의 몸에 찰싹 붙어 온몸을 흡수하는 듯하였다. 낙지의 흡반처럼 달라붙으니 조조는 지상 최대의 행복을 느꼈다.

“정말 믿을 수 없도다. 수백 명의 여자와 잤지만 이런 명기(名器)는 처음이로구나.”

조조가 이렇게 중얼대자 추씨는 부끄러운 시늉을 하며 조조의 온몸을 가볍게 꼬집었는데 그것은 조조에게는 말할 수 없는 쾌감이었다.

“잠자리를 같이한 이상 저는 나리의 것, 다른 여자와 비교하지는 마시옵소서.”

“참 귀여운 소리로구나. 정말 예쁘고 애교로 넘치는구나.”

조조는 새벽까지 추씨와 수없이 사랑을 나누었다. 그 사랑은 사흘이나 계속되었다. 그 후엔 추씨 측근의 미녀 둘이 가세해 셋이서 조조를 꼼짝 못하게 하였다. 이야말로 조조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최상의 육체적인 쾌락이었다.

“이 기술은 장제가 가르쳤느냐?”

너무나 만족한 조조가 물었다.

“네. 저에게 사랑의 108기(技)를 다 가르쳐 주었답니다.”

“흥. 그는 전술은 나만 못해도 이 면에서는 나의 스승이로구나.”

조조는 추씨의 끝없는 매력에 놀라 주위의 맹장을 모두 물러가게 하였다.

“나는 이 관에서 잠시 머물 것이다. 그동안 108기를 나에게 다 실현해 보라. 그것들을 다 맛보기 전까진 아무도 얼씬 못하게 해야겠구먼. 천하제일의 장수 전위가 양손에 창을 들고 버티고 서 있으니 아무 걱정이 없도다.”

조앙은 추씨를 잊을 수가 없어 관을 찾아왔다가 조안민이 밖에서 호위병처럼 서 있는 걸 보고 안에 조조가 와 있음을 알게 됐다. 조앙은 조안민에게 ‘왜 아버님께 이곳을 가르쳐 주었느냐’고 화를 냈다.

“어차피 알게 될 터인데… 의심받기 전에 알린 것뿐이야.”

“추씨는 내 여자야!”

조앙이 그렇게 소리쳐도 조안민의 귀엔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천하의 영웅이자 아버지인 조조에게 감히 덤벼들기야 하겠는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