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7. 09:34ㆍ카테고리 없음
🟢 삼국지의 여인들 3 - 2 초선과 여포
글 : 민희식 전 서울대교수
그림 : 유승배
• 왕윤과 여포의 만남
초선이 억울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제가 후원에서 꽃구경을 하는데 갑자기 여포 장군이 나타난 것입니다. 여포가 ‘나는 동탁 태사의 아들인데 왜 나를 피하느냐?’ 하고 소리치며 덮치려 했습니다. 분하고 두려워 연못에 몸을 던져 죽으려 하는데 붙드는 바람에 억지로 그의 품에 안기게 되었습니다. 그때 태사님이 갑자기 나타나신 것입니다.”
“…정녕 그러냐? 이왕지사 이렇게 된 거 내 너를 여포에게 주려고 한다. 네 생각은 어떠냐?”
초선은 눈물을 하염없이 쏟았다.
“저는 태사님의 것인데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 그럴 바에야 죽어버리겠습니다.”
초선이 벽에 걸린 칼을 집어 자기 목을 찌르려 하자 동탁이 놀라 칼을 빼앗고 초선을 달랬다.
“내가 농담 삼아 해본 말이다.”
초선은 동탁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흐느꼈다.
“태사님. 이것은 이유의 모략입니다. 그는 여포와 친한 사이라 태사님의 체면은 아랑곳 않고 저를 선물처럼 주고받으려는 겁니다.”
“어찌 내가 너를 버리겠느냐.”
“태사님이 소첩을 불쌍히 여기고 사랑해 주셔도 이제는 이곳에 머물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언젠가는 여포가 해를 가해올 것입니다.”
“염려 마라. 내가 누구냐. 나는 동탁이다.”
다음날 이유가 동탁을 찾아왔다.
“오늘 초선을 여포에게 보내시지요.”
“어찌 초선을 그 녀석에게 내주겠느냐. 부자지간임을 고려해서 저번 일은 용서해 주겠다는 말이나 전하라.”
“태사님, 초선에게 너무 깊이 빠지면 안 됩니다.”
“그럼 네놈은 네 부인을 여포에게 줄 수 있겠느냐. 초선의 일을 더 이상 거론하면 네놈의 혀를 뽑겠다.”
이유는 불길한 예감에 탄식을 하며 돌아섰다.
그날로 동탁이 초선을 데리고 미오성(郿塢城)으로 가겠다고 명을 내리자 문무백관이 모두 허리를 굽히고 전송하였다. 초선을 실은 수레가 멀어져 가자 여포는 언덕 위에서 수레바퀴가 내는 먼지를 보며 분개하였다. 이때 여포의 등 뒤에서 말 멈추는 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사도 왕윤이었다.
“이 노부가 몸이 불편해서 며칠간 장군을 뵙지 못했습니다. 오늘 태사님께서 미오로 가신다기에 나와봤는데 오히려 장군을 뵙게 되는군요. 한데 어찌 한숨만 쉬고 계십니까.”
“왜겠습니까? 사도님의 따님 때문이지요.”
이에 왕윤은 시치미를 떼고 말했다.
“그럼 아직 태사님이 제 여식을 놓아주지 않았나요.”
“흥, 그 늙은이 혼자 재미 보기 바쁘죠.”
“어허, 안타까운 일입니다. 집으로 가서 자세한 이야기를 하십시다.”
• 왕윤의 계략
여포는 왕윤을 따라 그의 저택에 갔다. 이윽고 주안상이 나오고 술이 취하자 여포는 봉의전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하게 늘어놓았다.
“태사가 장군이 사랑하는 여자를 놓아주지 않는다니 난감하군요.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태사보다는 오히려 장군을 비웃을 겁니다.”
왕윤의 말에 여포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두고 보시오. 내가 동탁을 죽여서라도 초선을 되찾고 말겠소.”
“장군, 말조심하십시오. 그러다가 우리 모두 큰 화를 입게 될 거요.”
“남아 대장부가 모욕을 당하면서까지 남의 밑에 있을 수는 없지 않소.”
“하긴 장군처럼 능력 있는 분이 동 태사 밑에 있을 필요가 있겠소만….”
여포의 마음이 이미 정해졌음을 왕윤은 알 수 있었다.
여포가 돌아가자 왕윤은 심복 중에 활 잘 쏘는 무사 손서와 황완을 불러 이 문제를 의논하였다. 손서가 먼저 말했다.
“듣자니 주상께서 병환에서 회복되셨다 합니다. 말재간 있는 자 하나를 동탁에게 보내, 주상께서 의논할 일이 있다 한다고 전하죠. 한편으로는 천자의 밀서를 여포에게 내리게 하여 대궐문 안에 군사를 매복시켰다가 동탁이 들어올 때 주살하는 것이 어떨는지요.”
이에 황완이 물었다.
“그럼 누구를 보내는 것이 좋을까요.”
“여포의 고향 친구 이숙이 어떤지요. 그는 동탁이 좋은 벼슬을 주지 않아 앙심을 품고 있습니다. 그를 보내면 동탁은 그의 말을 따를 겁니다.”
왕윤이 여포를 불러 의논하니 여포도 동의하였다. 이숙을 불러 여포가 말하였다.
“이숙, 지난날 공께서 나더러 정원(丁原)을 죽이고 동탁의 편이 되라고 하지 않았소. 그런데 지금 동탁이 백성을 못살게 굴지 않소. 그러니 공께서 조서를 만들어 미오로 가 동탁에게 입궐하라고 전하시오. 그런 다음 복병을 매복시켜 입궐하는 동탁을 주살해 문무백관과 만백성의 시름을 덜어주는 게 어떻겠소.”
이숙이 이에 답했다.
“나도 그 역적놈을 제거해야 한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소. 다만 뜻을 같이할 동지가 없었는데 장군이 그런 뜻을 가지셨다면 기꺼이 그 일을 해야지요.”
“성공하면 큰 벼슬을 얻게 될 것입니다.”
다음날 이숙은 수십 기병을 이끌고 미오로 가 천자의 조서를 가지고 왔다고 알리고 동탁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무슨 조서인가.”
“아마도 천자께서 문무백관 앞에서 태사님께 제위를 물려줄 뜻이 있어 이 조서를 내리신 듯합니다.”
이 귀가 솔깃할 말에 놀라 동탁은 다그쳐 물었다.
“거기에 대한 왕윤의 의견은 어떤가?”
“왕 사도께서는 찬성이십니다. 태사님이 오시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간밤에 용이 내 몸을 감싸는 꿈을 꾸었는데 오늘 이런 기쁜 소식을 듣는구나.”
• 동탁의 최후
동탁은 심복 이각, 곽범에게 정병 3000명으로 미오를 지키라고 이르고 바로 장안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였다. 초선에게 궁궐에 간다고 알리고 수레를 타고 장안을 향해 떠났다. 중도에서 동탁을 태우고 가던 말이 갑자기 울부짖더니 말고삐가 끊어지고 재갈이 벗겨졌다. 동탁이 이숙에게 물었다.
“혹시 불길한 징조는 아니겠지.”
“태사께서 한나라의 제위를 받게 되시니 옛것을 버리고 새것을 맞이하는 징조입니다.”
그 해석이 그럴듯하여 동탁은 매우 기뻤다. 동탁이 승상부에 오르자 여포가 축하 인사를 드렸다. 동탁은 ‘내가 등극하게 되면 너는 천하의 군사를 거느리는 자가 될 것이다’라고 뻐기듯이 말했다. 이 말에 여포는 감사를 표하였다.
다음날 동탁이 측근들을 거느리고 대궐문에 들어서니 수많은 군신이 예복을 입고 늘어서 그를 맞이하였다. 이숙은 10명의 군사만 수레를 따르게 하고 나머지는 궐문 밖에서 기다리게 하였다. 동탁이 둘러보니 왕윤을 비롯한 여러 장수가 보검을 손에 들고 전문에 서 있었다. 동탁은 놀라 이숙에게 물었다.
“왜 보검을 들고 있느냐.”
이숙은 대답 대신 동탁의 수레를 전문으로 밀어 넣었다. 이때 왕윤이 고함을 쳤다.
“역도가 왔다. 무사들은 어디 있느냐!”
그러자 100여 명의 무사들이 창과 칼을 휘두르며 나타났다. 동탁은 예복 밑에 갑옷을 입고 있었다. 한 무사가 동탁의 팔을 찌르자 동탁은 수레에서 굴러 떨어지며 큰 소리로 여포를 불렀다. 여포가 수레 뒤에서 뛰어나와 “여기 역적 동탁을 죽이라는 천자의 조서를 가져왔다”고 외치며 긴 창으로 동탁의 급소를 찌르자 이숙이 그의 머리를 베어버렸다. 문무백관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동탁의 시체는 지나치게 살이 쪄 군사들이 그의 배꼽에 심지를 박고 불을 붙이자 기름이 지글지글 끓어 땅바닥에 넘쳐흘렀다. 지나가는 백성들이 머리를 발로 차고 시체를 마구 짓밟았다.
여포는 왕윤의 명을 받고 군사 5만을 거느리고 미오로 갔다. 여포는 먼저 동탁의 재산부터 몰수하였다. 금은보화와 비단 등 갖가지 보물이 헤아릴 수 없이 쏟아져 나왔다. 몰수한 재물을 왕윤에게 바치자 왕윤은 그것을 군사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동탁이 그렇게 간단히 처치된 후 1000명 가까운 후궁의 여인들은 능욕당하고 보물이 있는 궁전에서는 병사 간에 경쟁이라도 하듯 약탈전이 벌어졌다. 이 지옥에서 초선은 여포의 힘으로 화를 면할 수 있었다. 피와 시체의 아비규환 속에서 두 사람은 뜨겁게 포옹하였다.
“초선아, 오늘 너는 정말로 아름답구나.”
여포답지 않은 이 말에 초선은 능욕의 현장에서도 철없이 깔깔대고 웃었다. 그날 밤 초선은 평생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잠자리를 하였다. 아침 일찍 여포는 여태 꿈을 꾸고 있는 초선을 남겨놓고 밖으로 나갔다. 동탁의 잔당을 완전히 소탕해야 했다. 잠에서 깨어난 초선은 여포가 보이지 않자 말을 타고 그를 찾으러 나섰다. 한참 후 그녀는 여포를 찾았고 여포는 이상한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나리. 저도 함께 싸우겠습니다.”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초선은 적토마에 올라타 여포의 등에 바짝 붙었다. 그녀의 굳은 결의에 행복해진 여포는 말없이 적토마를 달리게 하였다. 동탁군을 무찌르고 여포의 군은 산으로 숨어 들어간 이각, 곽범의 군과 싸웠다. 여포와 초선은 결전 이외의 경우에는 항상 붙어 지냈다. 서로 어루만지고 도취되는 끝없이 달콤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초선은 이 행복이 오래가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왕윤도 동탁파를 소탕하는 일에 앞장섰다. 초선은 장안의 의부가 걱정이 되었다.
“나리, 대감님의 안위가 걱정이 되어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나도 그러하니 어서 장안으로 가야겠다.”
여포는 초선을 안은 채 적토마를 타고 장안으로 향했다.
여포가 달려갔을 때 이미 장안은 불바다가 되어 있었다. 이각과 곽범이, ‘동탁을 죽인 왕윤이 서량의 모든 백성을 죽이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장안은 불바다에 아수라장이었다. 그 와중에 기동대가 나타나 왕윤을 처형하고 말았다. 의부의 죽은 모습을 본 초선은 너무나 슬픈 나머지 눈이 바짝 말라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강직한 성격 때문에 모함과 오해도 많이 받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한족의 부흥을 위해 평생을 바친 의부였다.
• 여포와 조조와 초선, 사랑과 전투
장안을 떠난 지 2년, 여포는 영토가 없는 장군의 몸으로 군사를 이끌고 방랑하였다. 초선과 여포가 공을 세운 대가는 그 무엇도 없었다. 그에 비해 조조는 동탁의 죽음으로 세력을 회복하고 황건적을 쳐 그 잔영을 자기 군에 편입시켜 진동장군이라는 칭호를 조정에서 받게 되었다. 조조의 군사는 10만을 넘었다. 초선은 조조에 대한 애증으로 괴로워하다가 분연히 일어나 하나의 계략을 세웠다. 우선 여포의 곁을 떠나 방랑생활을 빙자하여 조조에게 갔다.
초선은 갖은 계책을 써가며 몰래 여포를 돕고자 하였다. 그러다 여포에게 기회가 왔다. 조조가 살해당한 부친의 보복을 위해 연주를 떠나 서주로 쳐들어간 것이다. 천하평정의 라이벌이고 사랑의 경쟁자인 여포는 이 틈을 타 연주를 빼앗았다. 전승의 축하연 때 초선은 장군들 앞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검무를 추었다. 광야를 떠돌며 방랑하던 여포와 장군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지금까지의 숱한 고생이 보답을 받는 기분이었다.
조조는 연주가 공격당했다는 보고를 받고, 서주태사 도겸을 도우러 온 유비의 화친 서신을 받은 김에 급히 연주로 돌아갔다. 서주에서 돌아온 조조군에게 부하들이 패배하여 여포는 영토와 성을 잃게 된다.
최후의 전투 때 초선은 여포의 적토마에 매달려 조조와 싸웠다. 전황이 점점 불리해지자 초선은 여포를 설득했다.
“이번 전투에서 조조의 목적은 저를 취하는 것입니다. 저를 여기 버리고 가면 조조는 싸움을 멈출 것입니다.”
“아니다. 내가 어찌 너를 두고서 혼자 살아남기를 바라겠느냐.”
여포는 초선과 함께 도망쳤다. 그러나 상황은 더 불리해졌다. 설상가상으로 극도로 약체화된 그를 원소까지 공격해 왔다. 결국 초선은 마지막 희망으로 유비의 땅으로 도망치라고 여포를 설득하였다.
“유비는 덕이 있으니 나리를 도울 것입니다.”
결국 서주로 도망쳐 여포는 다시 근거지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 후 여포는 서주를 빼앗고 유비는 조조에게로 도망쳤다.
여포는, 원술의 대군 20만을 피해 서주 근처 소패성에 든 유비를 다시 물리쳤다. 그러나 성내의 백문루(白門樓)의 싸움에서 조조군에게 패하였다. 그전에 여포에게는 마지막 활로가 있었다. 조조에게는 전쟁을 오래 끌 수 없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하나는 도시를 비워놓는 위험, 또 하나는 인마와 양식의 수송이 어려운 겨울이 다가온 것이었다. 군량미를 치면 여포의 군에 길이 열릴 수가 있었다. 그러나 성을 떠나는 것은 위험하였다. 성 안에서 누가 배반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초선은 여포에게 매달려 이 전투를 만류하였다.
“전투는 장군의 영역입니다. 제가 간섭할 일은 아닙니다.”
“그렇소.”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를 조조에게 넘겨주고 도망가세요.”
그녀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의 결단 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여포는 초선을 포기하지 않기로 한다. 성을 사수하기로 한 것이다. 그 순간 초선은 여포의 천명이 여기서 끝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운명도 마찬가지였다. 그날 밤 초선의 침소에 조조의 밀서를 가지고 온 사자가 있었다. <여포는 이제 끝장이다. 나에게 돌아오라.> 초선은 수고했다고 말하고, 하나 조조의 부름에 응할 수 없노라며 사자를 돌려보냈다. 그러자 잡병으로 변장하여 그 근처에 와 있던 조조가 들어섰다.
“나요. 우리에게는 아직 남은 시간이 많소. 나와 함께 갑시다.”
혼란에 빠진 초선은 멍하니 있었다. 조조를 따라나서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초선이 움직이지 않자 “생각할 시간을 주겠소. 눈이 내릴 때 데리러 오겠소” 하고 조조는 돌아갔다.
초선은 조조의 말뜻을 곰곰이 되새겨 보았다. 며칠 후 여포군에게는 패망의 눈이, 초선에게는 절망의 눈이 내렸다. 그 와중에 여포에게 불만을 품은 신하들 가운데 배신자가 나왔다. 적토마를 도적맞은 채 잠자다 결박된 여포는 성 밖으로 끌려나와 처형되었다.
처형당하기 전에 여포는 조조에게 ‘자기가 기병을 인솔하고 그대가 보병을 인솔하여 둘이 힘을 합쳐 싸우면 천하에 두려울 것이 없을 것이다’라며 목숨을 구걸하였다. 조조는 그 순간 매우 망설였으나, 유비가 여포는 의부인 정원과 동탁을 연이어 죽인 자이니 또다시 배반할 것이라고 해 결국 여포를 교살하였다.
• 조조의 눈물
“아. 그리운 여포님.”
눈만 감으면 함께 적토마를 타고 달리던 여포의 체온이 몸에서 되살아났다. 그 소리, 냄새, 몸이 닿는 감각. 추억 속의 여포는 언제나 순하고 당당했다. 갑자기 달콤한 꿈을 깨뜨리는 소리가 수면을 깨고 메아리쳤다. 그립고도 가증스러운 초선의 첫 남자, 조조였다. 조조는 한번 마음먹은 것은 기필코 취하는 인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늦었다고 초선은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지금 내게 무슨 삶의 보람이 남아 있단 말인가?
초선은 결국 마지막 선택을 한다. 독을 탄 술을 마시고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조조는 그 싸늘한 몸을 안고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 기묘한 운명…. 병사들은 그녀가 여포에게 바친 사랑에 감격하여 적과 동지를 가리지 않고 눈물을 흘리며 두 사람을 제사지냈다.
초선이 없었더라면 조조가 일찍이 항전을 계속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며 동탁이 제국을 세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조조는 사람 보는 눈에 빈틈이 없었다. 관운장을 유비에게 돌려보낼 때, 조조는 관운장의 그 의리가 후에 가장 어려웠던 적벽전에서 자신을 구해주리라는 것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그런 조조였지만 초선이 여포의 여자가 되어 자신에게 칼을 겨눌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한 여인의 마음을 얻는 것이 천하를 얻는 것보다 힘들었던 것이다.⊙